음력 5월 7일 · 전시/피란 · 선조 25년 5월 7일

임금 행차, 마침내 평양 입성… 도성 잃은 조정의 ‘북상 생존기’ 개막

궁궐 대신 객사, 풍악 대신 군보… 평양 관아엔 지도와 한숨이 나란히 펼쳐졌다

선조께서 긴 피란길 끝에 평양으로 들어가셨다. 한양의 궁궐 문턱을 밟던 조정 대신들은 이제 평양의 길목에서 먼지를 털며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는데, 얼굴보다 한숨이 먼저 도착했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이번 입성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전쟁 중 임시 조정의 새 장부를 여는 사건이다. 도성에는 왜군이 버티고 있고, 왕실의 행차는 북쪽으로 밀려왔으니, 춘추관 편집부는 오늘 지면 제목을 ‘나라가 달리는 중’으로 정할 뻔했다.

관아 안에서는 군량, 방어선, 민심, 명나라 원병 문제를 두고 말들이 쏟아졌다. 어느 신하는 지도를 펴다 말고 ‘이제 지도보다 밥이 더 급하다’고 중얼거렸고, 옆자리 관원은 그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평양 백성들의 표정도 복잡하다. 임금이 들어왔다는 소식에 놀라움과 걱정이 함께 번졌고, 저잣거리에서는 ‘나라님도 오셨으니 우리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나’라는 말이 돌았다. 다만 허리띠는 이미 충분히 졸라맨 사람이 많아, 더 졸라매면 숨이 먼저 항복할 판이다.

조정은 이곳에서 전열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피란길의 피로가 뼛속까지 스며들었으나, 실록의 붓은 냉정하다. 오늘의 평양 입성은 패배의 도착점이 아니라, 어떻게든 나라를 이어가야 하는 긴 회의의 시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뒤처진 간원들 체직 명령… ‘피란길 지각’도 인사고과에 적힌다

【인사/감찰】 선조 25년 5월 7일

조정은 피란 행렬에서 뒤처진 간원들을 체직하라고 명했다. 전쟁 통에 발걸음이 늦어진 사정도 있겠으나, 나라가 흔들리는 때일수록 관원의 자리 비움은 크게 보이는 법이다.

한 관리가 ‘말도 지치고 사람도 지쳤다’고 변명하자, 주변에서는 ‘그럼에도 장계는 먼저 도착해야 한다’는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피란길에서도 문책의 붓끝은 말발굽보다 빠른 모양이다.

저잣거리에서는 이를 두고 ‘전쟁에도 근태 관리는 살아 있다’는 농담이 퍼졌다. 춘추관은 이 농담을 듣고 웃었으나, 혹시 자신들도 지각으로 기록될까 하여 웃음소리를 줄였다.

김공량 처리 미적댄 의금부에 추고 요구… 전쟁 중에도 책임 공방은 쉬지 않는다

【사법/논란】 선조 25년 5월 7일

지평 이경기 등이 김공량을 가두라는 명을 태만히 한 의금부 당상 이하를 추고하라고 청했다. 왜군이 남쪽에서 밀려오는 와중에도 조정 안의 책임 추궁은 북소리만큼이나 또렷했다.

의금부 쪽에서는 사정이 복잡했을 것이라는 말이 돌지만, 간관들의 눈에는 ‘복잡함’보다 ‘태만함’이 더 크게 보인 듯하다. 한 사관은 조심스럽게 ‘난리에는 칼도 무섭지만 기록도 무섭다’고 적었다.

백성들 입장에서는 이름 높은 사람들의 책임 공방이 멀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전쟁 중 명령 하나가 늦어지면 그 파문은 관아 담장을 넘어 민가의 밥그릇까지 흔든다. 그래서 오늘의 추고 요구는 단순한 꾸짖음이 아니라, 무너진 질서를 다시 세우려는 작은 망치질이다.

충청 비인현에 왜선 50여 척 출몰… 바닷가 백성들 ‘오늘 생선 장사 접습니다’

【해방/군사】 세종 1년 5월 7일

충청도 비인현에 왜적의 배 50여 척이 침입했다는 급보가 올라왔다. 평소라면 고깃배와 갈매기가 오가던 바다에 무장한 배들이 몰려오자, 해안 마을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관아는 즉시 방어 태세를 서둘렀고, 백성들은 집안의 귀한 물건보다 아이들 손을 먼저 붙잡았다. 한 어민은 ‘오늘 바다는 물고기보다 걱정이 더 많이 잡힌다’고 말해 듣는 이들을 씁쓸하게 했다.

조정은 왜구 문제를 단순한 지방 소란으로 볼 수 없었다. 바다에서 시작된 불안은 곧 세곡, 교역, 민심을 흔들기 때문이다. 춘추관은 이 소식을 ‘파도가 아니라 칼날이 밀려왔다’고 적는다.

살곶이 다리 공사, 대신급 감독 체제로… 백성들 ‘다리보다 허리가 먼저 놓인다’

【교통/토목】 세종 2년 5월 7일 무렵

세종 초 조정은 살곶이 일대 다리 공사와 관련해 고위 관원에게 감독을 맡겼다. 다리는 길을 잇는 물건이지만, 공사장에서는 사람의 허리와 예산 장부도 함께 휘는 법이다.

공사를 지켜본 한 백성은 ‘돌 하나 옮기면 한숨 둘이 따라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완성될 다리가 백성의 왕래와 물자의 흐름을 편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춘추관 편집부는 오늘의 토목 기사를 두고 ‘화려하진 않아도 나라의 무릎 같은 사업’이라 평한다. 무릎이 튼튼해야 길을 가고, 길이 이어져야 세금도 소식도 제때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