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4월 23일 · 사회/치안 · 태종 4년 4월 23일

경복궁 후원에 범 출몰! 수문장들, 창보다 심장을 먼저 놓칠 뻔

착호갑사 긴급 소집… 궁궐 고양이까지 참고인 조사 받을 기세

어젯밤 자정 무렵, 경복궁 후원에서 ‘으르렁’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궁궐 안은 순식간에 등불 박람회장이 되었다. 당직 수문장들은 처음엔 바람 소리라며 체면을 지키려 했으나, 두 번째 울음이 담장을 흔들자 체면보다 다리가 먼저 떨렸다는 후문이다.

현장에 있던 한 내관은 본지와의 은밀한 대화에서 ‘눈빛이 횃불 두 개가 걸어 다니는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다만 너무 급히 도망치는 바람에 그 눈빛이 범의 것인지, 놀란 동료의 것인지는 아직 춘추관 팩트체크 중이다.

조정은 즉시 착호갑사를 불러 북악산과 인왕산 일대를 수색하게 했다. 착호갑사들은 ‘범 잡으러 왔더니 소문이 더 사납다’며 혀를 찼고, 저잣거리에서는 벌써 ‘범도 궁궐 구경은 못 참는다’는 농담이 돌고 있다.

일부 신하들은 이번 일을 두고 경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 젊은 관원은 ‘범도 야근하는 관리 냄새를 맡고 물러갔을 것’이라며 지나치게 현실적인 해석을 내놓아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춘추관 편집부는 백성들에게 해가 진 뒤 산기슭 출입을 삼가고, 수상한 울음소리를 들으면 호기심보다 생명을 먼저 챙기라고 당부한다. 특히 ‘내가 한 번 보러 가겠다’는 장정들은 대개 다음 날 관아 보고서의 주인공이 되니 각별히 조심할 일이다.

전하, 고기 없는 수라상 앞에서 침묵 시위… 수라간 비상근무 돌입

【왕실/생활】 세종 14년 4월 23일

어의들이 옥체 보전을 위해 채소 위주의 수라를 권하자, 수라간에는 잠시 젓가락 소리마저 끊기는 정적이 흘렀다. 전하께서는 말없이 상을 바라보셨으나, 그 침묵은 웬만한 교지보다 무거웠다고 한다.

한 상궁은 ‘전하의 눈길이 나물 접시를 지나 고기 놓이던 빈자리에 오래 머물렀다’며 당시의 긴박함을 전했다. 수라간 관리들은 즉시 회의를 열고 ‘고기 없는 평화’가 과연 가능한지 검토했으나 결론은 나지 않았다.

조정 일각에서는 학문에 매진하는 군주의 건강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백성들은 ‘책도 많이 보시고 고기도 좋아하시니, 전하도 결국 사람 사는 맛을 아시는 분’이라며 묘한 친근감을 보이고 있다.

강원 하늘에 기이한 불빛 출현… 관상감, 별책부록까지 뒤지는 중

【기상/미스터리】 광해 1년 4월 23일

강원도 관찰사의 장계에 따르면 대낮 하늘에 둥근 불빛이 나타나 백성들이 밭고랑에 엎드리는 소동이 벌어졌다. 어떤 이는 호리병 같았다 하고, 어떤 이는 세숫대야 같았다 하니, 물체의 정체보다 목격자들의 비유력이 먼저 화제다.

관상감은 옛 천문 기록을 펼쳐 놓고 원인을 찾고 있으나 아직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한 관원은 ‘하늘도 가끔 설명서 없이 물건을 보낸다’며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잣거리에서는 이미 온갖 해석이 난무한다. 어떤 이는 길조라 하고, 어떤 이는 흉조라 하며, 또 어떤 이는 ‘그저 하늘도 심심했던 것’이라 말해 주변 상인들의 박수를 받았다.